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를 때 종류가 너무 많아서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창을 닫아버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꼭 맞는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인간의 뇌는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선택 자체를 포기해 버리곤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이 결정 장애 뒤에는 소비자의 심리를 관통하는 아주 흥미로운 법칙인 선택의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저 역시 얼마 전에 집에서 사용할 멀티탭을 하나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켰다가 이 선택의 역설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3구짜리부터 6구짜리, 개별 스위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줄 길이가 1미터부터 5미터까지 수십 가지의 옵션이 화면 가득 쏟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꼼꼼하게 비교해서 제일 좋은 걸 사야지 하고 눈을 크게 떴지만,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머리가 아파지더니 결국 나중에 사자 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습니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고 구매를 미루게 되는 현상은 이미 다양한 심리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입니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구매 저항감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 교수가 제시한 선택의 역설 이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마트의 잼 진열대 실험인데요. 연구진은 하루는 24가지 종류의 다양한 잼을 진열하고, 다른 날은 딱 6가지 종류의 잼만 진열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24가지의 수많은 잼이 진열되었을 때는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단 3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반면에 고작 6가지 잼만 놓아두었던 날에는 구경꾼은 적었어도 무려 30퍼센트의 사람들이 잼을 구매했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는 어떤 것을 골라야 후회가 없을지 비교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게 되고,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 결국 구매를 포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고민을 줄여주는 큐레이션 마케팅의 등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기업들은 무조건 많은 상품을 쏟아내기보다 소비자의 선택 과정을 단순하게 좁혀주는 큐레이션 마케팅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옵션 중에서 고객의 취향이나 상황에 딱 맞는 몇 가지만 엄선해서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입니다.
수만 편의 영화와 음악 중에서 헤매지 않도록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베스트 3를 화면 전면에 띄워줍니다.
쇼핑몰에서도 베스트 상품 탑 5나 직장인 출근룩 세트처럼 상황별로 구성을 묶어서 제안할 때 소비자는 훨씬 더 편안함을 느끼고 빠르게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복잡한 비교 과정을 판매자가 대신 해결해 줌으로써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을 완벽하게 덜어주는 전략입니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기준을 단순화하는 연습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결정 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 두세 가지만 먼저 세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가격, 크기, 디자인 등 내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조건만 정해두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제품이 나타나면 뒤에 남은 수십 가지의 옵션은 과감하게 시야에서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모든 조건을 100퍼센트 만족하는 완벽한 제품을 찾으려고 욕심을 부릴수록 뇌는 쉽게 지치고 후회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최고의 선택을 하겠다는 강박보다는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는 만족의 기준을 가질 때, 비로소 스트레스 없는 현명한 소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쇼핑을 하실 때 너무 많은 선택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 잠시 눈을 감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 한 가지 기준이 무엇인지 가만히 정리해 보세요.
내가 물건 하나를 사지 못하고 망설였던 것은 결코 유난스럽거나 결단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인지 한계를 넘어서는 너무 많은 정보와 옵션 속에서 우리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보낸 지극히 정상적인 심리적 신호였습니다.
다음번에 무언가를 고르실 때는 기업이 제안하는 추천 라인업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나를 위해 선택의 폭을 얼마나 친절하게 줄여놓았는지 그 마케팅의 비밀이 보이기 시작하면 일상의 선택이 훨씬 더 가볍고 명확해질 것입니다.
저는 평소에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마다 이런 심리학 원리를 떠올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중심이 잡히는 기분이 들어 참 좋더라고요.
여러분도 평소에 옵션이 너무 많아서 결국 구매를 포기했거나, 반대로 딱 맞춤형 추천을 받아 기분 좋게 소비했던 재밌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나누어주세요.
매일 마주하는 생활 속 유익하고 다채로운 마케팅 심리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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